반복되는 지하주차장 화재 대응방안은?

기고 : 한국화재감식연구소장 김효범

김효범 승인 2024.11.06 16:05 | 최종 수정 2024.11.08 10:25 의견 0

올해 8월1일 오전 6시 15분께 이 아파트 지하 1층 인천 청라 지하주차장에서 세워진 벤츠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영유아 등 22명이 연기를 마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고 차량 880대가 불타거나 그을리는 피해를 입었다. 그리고 지하 설비와 배관 등의 설비가 타거나 녹아서 대규모 정전과 단수가 이어졌다.

배터리 셀에서 연기(오픈가스)가 분출하는 장면

화재발생 장면은 지난 9월10일 MBC 'PD수첩'이 공개한 블랙박스 영상에 담겨져 있다. 사고발생 이후 취재진이 폐차장과 정비소에서 확보한 것으로, 벤츠에서 난 불이 대형 화재로 번지는 자세한 과정이 담겨져 있다.

화재 당일 오전 6시 8분 벤츠 전기차에서 연기(오픈가스)가 피어오르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불꽃이 치솟았다.

배터리 셀에서 연기(오픈가스)가 분출 후 폭발하는 장면

이어 화재 발생 5분 만에 검은 연기가 천장을 가득 메웠고, 이때 한 남성이 소화기를 들고 진화를 시도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곧 여러 사람이 소화기를 들고 불을 끄려 애썼으나 초기진화에 실패하면서 '펑' 하는 폭발음이 계속 이어졌다.

화재 발생 10여분 만에 주차장 전체로 불이 번졌고, 수도관 보온재(고무발포 단열재)에 착화되자 보온재가 녹으면서 천장에서 불비가 내리 듯 낙화하여 삽시간에 주차장 전체는 불바다로 변했다.

보온재가 녹으면서 천장에서 불비가 내리 듯 떨어지는장면

또한 놀라운 것은 지하에서 발생한 연기가 24층까지 덕트를 타고 올라와 아파트 실내 전체 그을리는 피해를 당하는 등 입주민들의 피해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소방에 따르면 지난 5일 현장 조사에서 화재 발생 구역 주변의 스프링클러 밸브를 확인한 결과 솔레노이드 밸브가 작동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솔레노이드 밸브는 준비작동식 밸브 1차측과 2측 사이에 설치돼 클래퍼(밸브 내부의 개방 장치)를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

인천소방본부에서 화재수신기 로그기록을 복구해 분석했다. 그 결과 화재 직후인 오전 6시 9분(실제 시간 오전 6시 13분)께 화재수신기로 신호가 전달됐지만 관계자가 준비작동식 밸브를 정지시키는 연동 정지 버튼을 누른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수신기 설정 시간이 실제 시간보다 4분 느리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인천소방은 아파트 관계자 진술 등을 추가로 확보해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 조치했다.

지난 2021년 8월 11일 천안 불당동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차량 666대가 피해를 입었다. 화재는 지하주차장에 정차 중이던 출장세차 영업용 승합자(스타렉스 6인승 밴)에서 갑자기 폭발지 발생하여 화재가 발생하였다.

세차 영업용 승합차가 폭발후 화염이 외부로 분출

화재 확산사유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당시 누군가 고의로 소방시설을 차단하여 피해가 확대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소방청 조사결과 ‘화재수신기 이력’에 따른면, 화재가 발생한 8월11일 오후 11시8분17초경 지하 2층 감지기가 화재를 처음으로 감지해 예비 경보가 울렸다.

하지만 8초 후 소방시설 전체가 ‘OFF’로 완전히 꺼졌다. 1분 후인 11시9분27초경 수신가가 다시 화재발생을 정식으로 감지했지만, 누군가 스플링클러 설비의 주펌프와 예비펌프를 추가로 정지시킨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때 화재는 천장에 설치된 수도관 보온재(고무발표 단열재)에 불이 붙어 순식간에 천장면을 타고 화재가 확대되었다.

보온재(고무발포 단열재) 화재잔해물


소방관들이 현장에 도착할 때쯤에는 진입이 불가능한 상태였고, 소방관 진입 후에 수신기는 오후 11시14분47초에 다시 켜져 정상화하였다. 스프링클러 펌프는 처음 화재를 감지한 지 약 10분이 지난 오후 11시18분에서야 가동된 것으로 기록됐다.

천안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는 주차장 스크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초기 진화에 실패한 것으로 보이며 화염이 수도관 보온재를 타고 연소확대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해당 아파트의 화재수신기는 불이 나기 두 달여전부터 단선과 배터리 문제 등 이상 신호가 감지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스프링클러설비는 현존하는 소방시설 중 가장 실효성이 높고 효과적인 소화설비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대공간, 대심도로 조성되는 지하주차장은 물론 모든 건축물에서 불이 났을 때 피해를 줄여주는 건 건물 자체에 설치된 소방시설이다. 초기 화재에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반응하는지에 따라 화재 피해 규모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위와 같이 임의 소방시설 폐쇄를 방지하고 소방시설의 안정적인 작동 보장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형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소방시설의 임의 정지 행위 문제가 반복되고 있으며 이러한 소방시설 차단 행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스프링클러설비의 안정성을 위해서는 기존 방식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화재감지기가 동작해야만 배관에 물을 보내주는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설비의 오류를 막기 위해선 화재 시 스프링클러 헤드가 열을 감지해 곧바로 물을 뿌리는 ‘습식’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인천, 천안 지하주차장 모두 보온재가 가연성 스폰지로 설치되어 있어 화재 확산의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되었다. 사고재발 방지를 위해 보온재를 불연재로 개선하는 등의 제도개선 역시 조속한 시일 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화재로 정부에서는 '전기차 안전성에 대한 국민적 불안과 우려를 해소하고 실효적인 대책'을 논의했다. 이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및 충전시설 안전성 강화, 화재 발생 시 신속한 대응 시스템 구축, 지하 주차시설의 다양한 안전 강화 등의 큰 틀을 잡고, 종합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저작권자 ⓒ 한국안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