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 동력인 태양광 발전 시설이 전국적으로 급격히 보급된 지 어느덧 10여 년. 산간벽지부터 아파트 옥상, 공장 지붕에 이르기까지 태양광 패널은 우리 삶의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그러나 최근 이 '푸른 패널'이 시뻘건 불길에 휩싸이는 사고가 빈번해지면서 재생에너지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026년 현재, 태양광 화재는 왜 끊이지 않는 것이며 우리는 어떤 대안을 준비해야 하는가. 본지는 화재 통계와 사례 분석을 중심으로 태양광 안전의 현주소를 집중 취재했다.
양적 성장의 그늘, '안전'은 뒷전이었다
대한민국 태양광 발전 용량은 지난 10년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힘입어 설비 용량은 매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해 왔으나, 급격한 보급 속도에 비해 안전 관리 체계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태양광 시설은 특성상 외부 노출이 불가피하며, 비바람과 폭염, 강추위를 고스란히 견뎌야 하는 전력 설비다. 하지만 초기 시장은 '얼마나 저렴하게 설치하느냐'와 '얼마나 많은 보조금을 받느냐'에 매몰되어 있었다. 그 결과, 규격 미달의 부품 사용과 비전문가에 의한 부실 시공이 만연했고, 세월이 흘러 설비가 노후화되면서 그 부작용이 화재라는 최악의 형태로 분출되고
숫자가 말하는 위기... 태양광 발전 시설 화재 건수 5년 새 60% 급증
소방청과 국가화재정보시스템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 시설 화재는 2020년 대비 2025년 기준 약 6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화재의 발생 장소와 원인의 변화다.
1. 장소별 통계: '지상형'에서 '건물 부착형'으로 확대
과거에는 임야나 산지에 설치된 대규모 발전소에서의 화재가 주를 이루었으나, 최근 3년 사이 공장 지붕, 축사, 심지어 주택 옥상에 설치된 건물 일체형(BIPV) 및 부착형 설비에서의 화재 비중이 40%를 넘어섰다. 이는 도심 내 밀집 지역에서의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하다.
2. 원인별 분석: '전기적 요인'이 압도적 1위
화재 원인을 분석해 보면 전기적 요인이 전체의 78%를 차지한다. 세부적으로는 ▲접속함 내 아크(불꽃) 발생 ▲절연 파괴로 인한 단락 ▲커넥터 접촉 불량에 의한 과열 순이다. 특히 기온이 급격히 상승하는 5월부터 8월 사이에 화재의 50% 이상이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설비 과열이 화재의 직접적인 트리거(Trigger)가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ESS 화재안전조사 모습./사진=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
화재사례 방치된 패널 하나가 공장 전체를 태우다
실제 사례를 통해 본 화재의 양상은 더욱 참혹하다. 지난해 여름, 경기도의 한 물류창고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에서 시작된 불은 창고 전체를 전소시키며 수십억 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조사 결과, 화재의 시작점은 패널 뒷면의 전선 커넥터였다.
당시 현장을 조사한 화재조사관은 "육안으로는 멀쩡해 보였지만, 오랜 시간 진동과 열에 노출된 커넥터가 헐거워지면서 미세한 스파크가 발생했고, 이것이 지붕의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로 옮겨붙으면서 순식간에 대형 화재로 번졌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사례인 전남의 한 농가 태양광 시설 화재는 '관리 소홀'이 원인이었다. 패널 위에 쌓인 두꺼운 먼지와 새 배설물이 특정 부위의 온도를 150도 이상 높이는 '핫스팟' 현상을 유발했고, 결국 패널 내부의 에바(EVA) 시트가 녹아내리며 발화했다. 전문가들은 "주기적인 청소와 육안 점검만 있었어도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라고 입을 모은다.
미래형 예방 대책 '사후 처방'에서 '선제적 방어'로
증가하는 화재를 막기 위해 2026년 현재 소방 당국과 에너지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핵심 방안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아크 차단기(AFCI)' 설치 의무화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이 장치는 전선에서 미세한 불꽃(아크)이 발생하는 즉시 회로를 차단한다. 한국도 최근 신규 설비에 대해 이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둘째, 'AI 기반 원격 진단 시스템'의 도입이다. 센서가 실시간으로 각 모듈의 전압과 온도를 측정해 이상 징후를 관리자 스마트폰으로 알린다. 이제는 사람이 직접 올라가 보지 않아도 데이터로 화재를 예견하는 시대다.
셋째, 정기적인 '열화상 드론 점검'의 법제화다. 넓은 부지의 발전소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열화상 카메라를 장착한 드론 점검을 정기화하여 육안으로 잡기 힘든 결함을 조기에 발견해야 한다.
안전한 태양광, 인식의 전환이 시작이다
태양광 화재는 단순히 기계의 결함이 아니다. '설치하면 끝'이라는 안일한 인식과 유지보수 비용을 아끼려는 인색함이 만들어낸 결과다. 탄소중립이라는 거창한 목표 이전에 우리 집 지붕, 우리 공장 위의 안전을 먼저 살피는 책임감이 절실하다.
정부 역시 보조금 중심의 보급 정책에서 탈피하여, 엄격한 시공 감리와 정기 점검 이력 관리를 중심으로 하는 '안전 중심 재생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2026년, 대한민국 태양광 산업이 화마를 딛고 진정한 청정에너지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