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대한민국은 기후 위기의 심화와 급격한 기술 변화가 맞물리며 소방 역사상 유례없는 시련을 겪었다. 연초부터 이어진 극심한 가뭄과 강풍은 영남권 일대에 축구장 14만 개 면적을 태운 메가 파이어를 일으켰고, 도심에서는 전기차와 퍼스널 모빌리티 배터리 폭발 사고가 잇따르며 일상의 안전을 위협했다.
특히 경기도 이천과 충남 천안 등지의 대형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는 현대 사회의 복잡한 유통 구조 이면에 감춰진 재난의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러한 대형 화재들은 단순히 개별적인 사고를 넘어 우리 사회가 가진 방재 시스템의 근본적인 한계점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지난 한 해 동안 드러난 가장 큰 문제점은 기존의 화재 예측 모델과 진압 방식이 이상 기후 및 고도화된 산업 시설의 특성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기상 이변으로 인한 돌풍은 헬기 위주의 전통적 산불 진화 방식을 무력화했으며, 거대하고 밀폐된 물류센터의 구조는 연기가 급격히 확산되는 굴뚝 효과를 유발해 초기 진압을 어렵게 만들었다. 또한 리튬 이온 배터리의 열폭주 현상은 일반 소화 장비로는 진압이 거의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물류 시설이나 공동주택 충전 구역에 대한 강제적인 안전 기준과 전용 소방 시설 설치는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이러한 뼈아픈 교훈을 바탕으로 맞이한 2026년은 대한민국이 첨단 기술과 촘촘한 제도를 결합한 지능형 화재 안전망을 구축해야 하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소방 당국은 화재 사망자 수의 획기적인 저감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물류창고 깊숙한 곳이나 고위험 화재 현장에 무인 소방 로봇을 투입하는 등 과학 소방의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어가고 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실시간 화재 예측 시스템은 이제 단순한 모니터링을 넘어 물류센터 내부의 이상 온도를 감지하고 선제적인 대피와 조기 진압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제도적인 측면에서도 2026년은 커다란 변화의 해가 될 전망다. 1월부터 시행되는 전기차 충전 시설 화재 책임보험 의무화와 더불어 물류 시설에 대한 강화된 소방시설법 시행령은 사고 발생 시 피해 국민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고 기업의 책임감을 높이는 사회적 안전장치가 될 것이다. 배터리 화재 전용 소화 약제 개발과 대규모 창고용 스프링클러 시스템의 기술적 보완을 가속화하여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이다. 소방 인력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재난 유형별로 지휘 체계를 일원화하는 조직 개편 또한 현장 대응의 효율성을 높이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결국 2026년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기술이 인간을 보호하고 제도가 그 빈틈을 메우는 입체적인 안전 국가로의 도약이다. 대규모 물류 시설의 안전 확보와 기후 재난에 대한 대비는 이제 선택이 아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과거의 재난을 복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의 위험을 미리 설계하고 대비하는 진정한 의미의 안전 강국으로 거듭날 때, 비로소 대한민국은 일상과 산업 현장 모두에서 더 안전한 내일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