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현 현대자동차그룹 첨단차량플랫폼(AVP) 본부장 겸 포티투닷(42dot) 대표의 사임은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개발 방향에 대한 업계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특히 테슬라의 카메라 기반 FSD(Full Self-Driving) 감독형 국내 출시로 그 성능이 공개되면서, 현대차그룹 역시 미국 기반 모셔널(Motional)과 엔비디아(NVIDIA) 플랫폼을 중심으로 개발 방향을 재정립하고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모셔널은 현대자동차그룹과 앱티브(Aptiv)의 자율주행 합작법인이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기대 못 미친 성과, 다시 모셔널로 눈 돌리나?

현대차그룹은 당초 라이다 기반 개발을 위해 앱티브와 함께 모셔널을 설립했으나, 로보택시 시범 서비스 성과 미비로 모셔널의 기술 순위는 하락하고 상용화 계획은 연기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에 따라 그룹은 카메라 기반 기술을 가진 포티투닷을 인수하며 개발 주도 조직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송창현 본부장이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사의를 표한 배경에는 카메라 기반 전환 과정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한 점이 지목된다. 특히 테슬라가 H100 GPU를 활용한 FSD V14로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준 시점과 맞물리면서,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속도전'에 대한 업계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데이터 확보와 AI 칩셋: 테슬라와의 격차 해소 시급

테슬라가 자율주행 선두를 차지할 수 있었던 핵심은 카메라 기반 기술의 선제적 개발과 자체 개발 영상 처리 AI 칩이다. 뒤늦게 뛰어든 현대차그룹은 최근 엔비디아로부터 테슬라 H100보다 성능이 빠른 GB200 GPU 5만 장을 확보하며 개발 탄력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과제는 데이터 확보다. 모셔널의 경쟁력 하락 이유 중 하나로도 데이터 부족이 지적된 바 있다. 현재 테슬라는 32억 km가 넘는 방대한 실제 도로 주행 데이터를 확보한 반면, 국내 주행 환경은 여전히 제한적이어서 데이터의 질적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레벨 4, 5 수준의 자율주행 구현을 위해서는 미국 현지에서 테슬라, 웨이모와 유사한 테스트 환경을 따라잡는 것이 필수적이다. 포티투닷 주도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이 올해 상반기 모셔널에 약 6,300억 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한 것은 이처럼 모셔널을 통한 데이터 및 기술 확보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엔비디아 '드라이브' 플랫폼 활용 가능성 대두

자율주행 플랫폼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이 엔비디아의 '드라이브(DRIVE)' 플랫폼을 차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드라이브는 반도체, 데이터 처리 소프트웨어, 데이터센터 인프라까지 제공하는 토탈 솔루션으로, 플랫폼 기술 내재화의 부담을 덜고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의 발언("기술 흐름을 보면 지금 단계보다 다음 기술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은 모셔널을 통한 기술 내재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궁극적으로 미래 기술 선점에 더욱 집중해야 함을 시사한다.

현대차그룹, 지금은 '선택과 집중'과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때

송창현 본부장 사임은 단순한 인사의 의미를 넘어,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개발의 중대 기로에 있음을 상징한다. 라이다 기반의 모셔널과 카메라 기반의 포티투닷을 동시에 운영하며 발생한 내부 혼선과 개발 속도 저하를 해결하기 위해 이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압도적인 데이터를 보유한 테슬라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모셔널을 통한 미국 현지 데이터 확보를 가속화하고, 확보한 최첨단 GPU(GB200)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엔비디아 드라이브와 같은 효율적인 플랫폼 활용을 고려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입지를 굳건히 하려면, '기술 확보'와 '상용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과감한 투자와 신속한 개발 방향 정립이 절실하다.

기고 김효범 : 한국화재감식연구소장, 한국화재폭발조사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