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5일, 9시간 30분간의 사투 끝에 천안 이랜드패션 물류센터는 끝내 전소했다. '우수 소방 시설' 표창까지 받았던 건물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면서, 소방청과 소방본부가 재산 보호에 있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격렬한 비판에 직면했다. 이천, 쿠팡, 양주 등 대형 물류 화재의 전소 비극이 반복되면서, "앞으로 물류센터에 불만 나면 다 타버리는 것인가?"라는 질문은 절망적인 현실로 굳어지고 있다.
천안 이랜드패션 물류센터 끝내 전소 피해 발생(사진=한국안전뉴스)
'최소 1단계'의 치명적 결단 미스
소방청의 최고 책임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있으며, 대형 물류센터와 같은 특수 시설 화재 발생 시에는 '우세한 소방력으로 초기에 화세를 제압'하는 것이 매뉴얼의 기본 원칙이다. 이를 위해 매뉴얼은 폭발적인 연소가 예상되는 물류센터와 같은 대형화재에 대해 대응 2단계 또는 3단계부터 선제적으로 발령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천안 화재에서 현장 지휘부는 최소 단계인 대응 1단계(06:15)부터 발령하는 초보적인 실수를 범했다.
1단계 발령 후 46분이 지난 07시 01분에야 대응 2단계로 격상되었다. 이 46분은 물류센터 화재에서 전소 과정을 되돌릴 수 없는 확정 단계로 이끈 결정적인 시간이다. 소방본부와 소방청 중앙 상황실은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의류 재고의 빠른 연소성과 다량의 농연 발생을 확인했음에도, 2단계와 3단계 발령을 주저했다. 이는 매뉴얼이 요구하는 '선제적 최고 단계 발령' 원칙을 명백히 위반한 소극적 대응의 결과이다.
천안 이랜드패션 물류센터 붕괴된 장면(사진=한국안전뉴스)
소방청의 지원 시스템 부재: '재산 보호' 지원 역할이 없었다.
만약 소방관의 안전을 위해 내부 진입이 불가능했다면, 소방청은 재산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 즉 첨단 장비의 즉각적인 지원을 결단했어야 한다. 산불에는 헬기가 즉시 동원되듯이, 물류센터 화재에는 원격 파괴 방수차, 대용량 포 방사 시스템, 소방 로봇 등이 최우선적으로 지원되어야 했다.
소방청은 중앙 상황실을 통해 이들 고성능 특수 장비현황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장비들을 화재 초기에 현장에 투입하여 농연을 뚫고 심부 화재를 타격하는 '공격적 비대면 진압'을 강제하는 시스템이 부재했다. 3단계 발령이 가능한데도 1단계부터 발령하는 소극적 태도는 전소라는 결과를 낳았다.
소방청이 '소방관 안전 확보'라는 제도적 강화(순직 방지)에만 치중하여 '재산 보호'를 위한 공격적 참단장비 지원을 하지 않는 한, 물류센터 화재에서 소방청의 역할은 '건물이 전소할 때까지 옆에서 지켜보는 역할' 외에는 남지 않았다.
천안 이랜드패션 물류센터 붕괴된 장면(사진=한국안전뉴스)
반복되는 비극, 소방청의 매뉴얼 불이행
천안 화재의 전소는 소방청이 매뉴얼 불이행을 통해 화재 확산에 핵심적인 책임을 졌음을 보여준다. 물류센터 화재에 대한 대응은 현재 '1단계 발령 → 통제 실패 → 2단계 격상 → 전소'라는 쿠팡물류센터와 같이 초기에 진압하지 못해 전소하는 비극적인 패턴을 답습하고 있다.
소방청은 더 이상 '소방관 안전'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 소방관의 안전은 가장 기본적인 의무이다. 대형재난에 대한 '선제적 최고 단계 발령 의무화'와 '첨단 장비의 즉각적인 현장 지원 시스템' 구축만이 '물류센터 불만 나면 다 타는' 현실을 종식시키고 소방청이 재산 보호의 역할을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소방활동의 역사에서 이천, 쿠팡, 양주 등 대형 물류 화재에 "천안 이랜드 물류센터 전소"라는 오명의 기록을 또 남겼다. 국민들은 앞으로 소방이 물류센터 화재를 잘 대응할지, 또 불나면 다 태우는지 소방의 역할을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