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천안 이랜드 물류센터 화재에서 보듯, 샌드위치 패널(Sandwich Panel) 건축물에서 발생하는 대형 화재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안전 문제이다. 저렴한 가격과 단열 성능으로 인해 공장, 창고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지만, 화재 발생 시 치명적인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야기한다. 샌드위치 패널 건축물의 화재 현황, 근본적인 문제점, 그리고 시급한 대책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천안 이랜드 물류센터 화재


Ⅰ. 샌드위치 패널 건축물 화재 현황: '대형 참사'의 반복

샌드위치 패널 건물 화재는 발생 빈도와 피해 규모 모두 심각하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샌드위치 패널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는 1만 5천 건 이상이며,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매년 증가 추세이다. 2020년 이천 냉동물류센터 화재(38명 희생) 등 대형 참사가 반복되었으며, 2020년 한 해에만 화재 3,302건, 인명 피해 206명, 재산 피해 약 2,400억 원을 기록했다. 물류창고는 내부 가연물(화재하중)이 커서 불이 나면 대형 화재로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샌드위치 패널의 핵심 문제점은 심재(Core Material)로 사용되는 폴리스티렌폼(EPS), 우레탄폼(PIR/PUR) 등의 가연성 유기질 단열재이다. 이들 심재는 연소 속도가 매우 빠르고, 다량의 유독가스를 배출하여 대피 시간을 극도로 단축시키고 인명피해를 키운다. 특히, 급격한 연소열은 건물 자체의 붕괴 위험을 높인다. 철골구조는 화재 발생 후 7~8분 만에 온도가 650도에 도달하면 강도가 급격히 저하되어 도괴(붕괴) 가능성이 커진다. 천안 이랜드 물류센터 붕괴 역시 이 메커니즘으로 추정된다.

Ⅱ. 샌드위치 패널 화재의 근본적인 문제점

반복되는 참사의 원인은 자재의 특성, 미흡한 안전기준, 그리고 실효성 없는 관리 체계에 있다.

자재의 치명적인 취약성으로는 은폐된 화재 진행으로 내부 가연성 단열재가 철판 마감재로 둘러싸여 있어, 초기 화재 위치 파악 및 진압이 어렵다.

그리고 유독가스에 의한 인명 피해 위험이 있다. 우레탄폼 등이 탈 때 발생하는 시안화수소(HCN) 같은 유독가스는 대피할 시간을 주지 않고 질식으로 이어져 인명피해를 극대화한다.

가연성 심재 사용의 관행 등 미흡한 건축 안전 기준 및 관리로 인해 현재는 준불연재 이상의 성능을 요구하지만, 경제성 논리로 난연 성능이 미흡한 자재가 여전히 유통된다. 난연 성능이 높은 무기질 단열재(글라스울 등) 대신 유기질 단열재가 선호하는 실정이다.

'눈 가리고 아웅'식 제도도 문제이다. 정부의 '복합자재 표준모델 제도' 등이 품질인정 취지를 훼손하고 불량 자재 유통을 방조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으며, 건축안전 모니터링을 통한 부적합 자재 적발도 미미하다.

물류창고는 내화구조 미적용된 건물이 대부분이다. 물류창고 등 대형 건축물의 주요 구조부(철골 기둥, 보)에 내화 피복(내화구조)을 제대로 하지 않아 화재 시 건물 붕괴를 막지 못한다.

이러한 샌드위치 패널 건물은 소방대의 소화 활동의 어려움이 있다. 철판으로 둘러싸인 패널 특성상, 화재가 내부에서 진행될 경우 소화약제나 소화용수가 화점에 직접 닿기 어려워 초기 진압이 불가능하고 소화 설비의 실효성마저 떨어진다.

Ⅲ. 샌드위치 패널 화재의 근본적인 대책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법규 강화, 자재 개선, 화재 대응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

가연성 심재 사용의 근본적 배제 등 건축 법규 및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물류센터, 공장 등 대형 시설에는 유기질 단열재 사용을 최소화하고, 준불연재 이상의 무기질 단열재 사용을 의무화해야 하며 무기질 단열재의 기술 개발 지원도 필요하다.

내화구조 적용 확대를 위해 대형 물류창고 및 공장의 철골 기둥, 보에 대해 내화 피복 또는 철근콘크리트 내화구조 적용을 건축법 기준으로 강화해야 한다. 불법 설계/시공 책임 강화를 위해 불법 설계/시공으로 인명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관련 건축관계자 및 업체에 대한 '1·2 Strike-Out' 제도 등 책임을 대폭 강화하여 업계에서 퇴출해야 한다.

샌드위치 패널 건축물에 대한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 면적을 축소하고, 방화구획 관통부에는 불연재 마감 처리를 의무화해야 한다. 샌드위치 패널 건축물 화재는 안전 불감증과 규제 미흡이 낳은 인재(人災)이다. 천안 이랜드 물류센터 붕괴와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건축 자재의 안전 기준을 강화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즉각 시행해야 할 때이다.

기고 김효범 : 한국화재감식연구소장, 한국화재폭발조사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