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산업 발전의 심장 역할을 했던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가 가동 중인 설비뿐만 아니라 폐쇄 후 해체 과정에서조차 통제 불능의 사고를 연이어 일으키며 안전 관리의 총체적 실패를 드러냈다. 2022년 화재, 2024년 인명 사고에 이어, 가장 최근인 2025년 11월 6일에는 60미터 높이의 거대 구조물이 붕괴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노후 산업 시설의 위험은 이제 단순한 고장을 넘어, 예측 불가능한 대형 재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5년 11월 6일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1. 사고 사례: 2025년 11월, 60m 보일러 탑 붕괴사고 등 연속된 참사

울산화력발전소에서 연달아 발생한 사고들은 시설의 노후화가 얼마나 심각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지 단계적으로 보여준다.

2025년 11월 6일 기력 5호기 보일러 탑 붕괴

가장 최근이자 최악의 사고는 2025년 11월 6일에 발생했다. 가동이 중지된 기력발전 5호기의 60미터 높이 보일러 탑이 발파 해체를 위한 구조물 사전 취약화 작업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붕괴되었다. 60미터 구조물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 이 사고는 노후 시설 해체 작업의 위험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주었으며, 거대한 구조물의 안전성을 사전에 정확하게 예측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전면적으로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2024년 4월 18일 구조물 붕괴

앞서 2024년 4월 18일 오전 9시 22분경에는 기력 4호기 보조 보일러 건물 철거 작업 중 건물이 붕괴하며 현장 협력업체 노동자 2명이 사망하는 비극적인 인명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철거를 담당한 협력업체가 구조물 하중을 지탱하는 기둥을 계획보다 일찍 제거하는 등 안전 규정 미준수와 무리한 공법을 사용하다가 발생한 명백한 인재였다. 이 사고는 노후 시설의 해체 과정에서 안전 매뉴얼이 무력화될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 뼈아프게 보여주었다.

2022년 12월 15일 터빈실 화재

위 두 사고에 앞서 노후 설비가 가동 중이던 당시의 위험을 경고했던 사건도 있다. 2022년 12월 15일 오후 4시 30분경, 기력 5호기 터빈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터빈 제어용 유압유가 고온의 스팀 배관 틈새로 누유되어 발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사고는, 1970~80년대에 설치된 낡은 설비의 금속 피로가 언제든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2. 현황 및 문제점: 노후 구조물의 예측 불가능성과 위험의 외주화

울산화력발전소의 연속된 사고는 단순히 개별 현장의 문제가 아니라, 노후 산업 시설 관리에 대한 국가적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에서 비롯된다.

노후 구조물의 불확실성 증폭

최근 붕괴된 60미터 보일러 탑 사례에서 보듯, 고온·고압 환경에서 장기간 운용되다가 수명을 다한 산업 시설 구조물은 부식과 피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구조적 강도가 극도로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해체를 위한 사전 취약화 작업 자체가 구조물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고위험 작업인데, 정확한 시뮬레이션 없이 진행될 경우 붕괴 위험을 제어할 수 없다.

위험한 작업에 대한 원청의 책임 방기

2024년의 인명 사고에서 명확히 드러났듯이, 고난이도 해체 작업이 원청의 책임 아래 놓이지 않고 비용 절감을 이유로 협력업체에 전가(외주화)되는 관행이 만연하다. 협력업체는 공기 단축과 이윤 확보를 위해 무리한 공법을 택하기 쉽고, 원청은 감독 책임을 소홀히 하면서 위험 부담만 현장 작업자들에게 떠넘기게 된다.

부족한 해체 및 폐기 전문성

우리나라는 시설 가동에는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지만, 노후 시설을 안전하게 ‘생애 마감’ 시키는 해체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제도적 뒷받침이 매우 부족하다. 낡은 산업 시설을 해체할 때 필요한 안전 기준, 시뮬레이션 기술, 그리고 전문 감리 시스템이 형식적으로 운영되면서 참사가 반복되고 있다.

3. 대책: 안전한 마침표를 위한 첨단 기술 도입과 직접 관리

울산화력발전소의 붕괴는 노후 시설 해체에 대한 정부와 원청의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함을 요구한다.

디지털 트윈 기반의 해체 시뮬레이션 도입

60미터 보일러 탑 붕괴와 같은 예측 불가능한 사고를 막기 위해, 노후 산업 시설의 해체 전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을 활용한 구조물 붕괴 시뮬레이션을 도입을 서둘러야 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사전 취약화 작업의 단계별 안정성을 가상 공간에서 검증하고, 오차 범위를 최소화한 안전 매뉴얼을 작성해야 한다.

원청의 고위험 해체 작업 직접 관리 및 책임 강화

2024년과 2025년 사고의 교훈을 바탕으로, 노후 산업 시설의 해체와 같이 위험도가 높은 작업은 원청이 직접 작업 계획과 안전 관리를 총괄하도록 법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위험을 외주화하는 관행을 근절하고, 안전 규정 준수를 위한 충분한 공기와 예산을 확보하도록 제도적으로 강제해야 한다.

노후 시설 생애주기별 안전 감사 제도 도입

시설 가동 단계(2022년 화재)뿐만 아니라 폐기 단계(2024년, 2025년 붕괴)에 특화된 고강도 정밀 안전 감사를 정례화해야 한다. 특히 해체 작업이 진행되는 현장에 대해서는 상시적인 기술 감리를 도입하여 무리한 공법 사용을 즉시 중단시킬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4.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언

울산화력발전소의 연이은 비극은 노후 산업 시설 관리에 있어 대한민국이 더 이상 안전 지대가 아님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2025년 11월, 60미터 보일러 탑의 붕괴는 이제 더 이상 우발적인 사고가 아닌 시스템 전체의 구조적 결함에서 비롯된 재난이다. 우리는 이 치명적인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나머지 노후 산업 시설들이 안전하게 ‘생애 마감’을 할 수 있도록 기술과 제도, 그리고 생명 존중의 철학을 즉시 재정립해야 할 것이다.

김효범 한국화재감식연구소장, 컴퓨터이학박사
(화재감식전문교수(CFII), 화재시뮬레이션 전문교수(FDSI), 한국화재감식학회 이사, 한국화재폭발조사협회 부회장, 화재조사관, 화재감식평가기사, 미국화재폭발조사관(CFEI), 화재조사전문평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