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대형화, 심층화되면서 화재 발생 시 대규모 재산 및 인명 피해로 이어질 위험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전기차 보급 확대로 인한 배터리 열폭주 현상까지 더해져 지하 주차장 화재의 위험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KBS 재난안전119 '안전톡톡' 전문가 초청 토론에서 김효범 한국화재감식연구소 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하 주차장의 구조적 문제점과 안전 대책을 집중 조명했다.


1. 대형 화재의 핵심 문제: 확산 통로가 된 ‘보온재’와 ‘인위적 작동 중지’

한국화재감식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지하 주차장 화재는 총 1,389건이 발생했으며, 이 중 자동차 관련 화재는 611건으로 42%를 차지했다.

① 인천 청라 아파트 전기차 화재 사건 (2024년 8월)

지난해 8월,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주차 중이던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해 진압에 무려 8시간이 소요되었고, 70대가 넘는 차량이 불에 탔으며 아파트 480세대가 연기 피해를 입었다.

김소장은 화재 피해가 커진 결정적인 구조적 문제점으로 두 가지를 지적했다.

불꽃이 차량에서 발생했지만, 천장에 있는 배관의 보온재에 착화되면서 이를 타고 주차장 전체로 빠르게 확산되는 통로가 되었다.

그리고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있었으나, 야간 근무자가 화재 경보를 오작동으로 판단하여 임의로 연동 정지 버튼을 눌러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

② 천안 아파트 세차 차량 화재 사건 (4년 전)

4년 전 충남 천안에서 발생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 역시 세차 차량의 LPG 가스 누출로 시작되어 차량 600여 대가 불에 타 60억 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이 사례에서도 천장의 보온재가 불길을 확산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었으며, 스프링클러가 관계자에 의해 작동이 멈춘 문제도 유사하게 발생했다.

2. 지하 주차장의 구조적 위험 요소와 안전 강화 방안

지하 주차장은 밀폐되고 넓은 구조로 인해 화재 발생 시 유독가스와 열기 배출이 매우 어려워 소방대원 접근이 힘들고 진압에 장시간이 소요되는 취약점을 안고 있다.

① 제연 설비 미설치 의무 문제

화재 사례 분석 결과, 불이 난 차량 옆에 환기구가 있었을 때 열기와 연기가 빠져나가면서 화재가 한쪽 방향으로 진행되어 다른 차량의 피해가 적은 경우도 있었다. 이는 제연 설비(연기 통제 시스템)가 연소 확산을 방지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지하 주차장에는 의무가 없어 환기 시설만으로는 유독가스를 빼내는 데 역부족이다.


② 전기차 충전 시설의 안전성 확보

김소장은 대형 인명 피해 확산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전기차 충전 시설을 가급적 지상이나 지하 1층 등 연기 배출이 용이한 낮은 높이에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전 시설 주변에는 난연성 마감재를 사용하고, 인접 차량 및 구조물과의 이격 거리를 일정 기준 이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3. 앞으로 나아가야 할 핵심 방향

지하주차장 대형 화재의 주요 구조적 문제점인 보온재, 스프링클러 임의 정지, 제연 설비 미흡 등을 개선하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는 현재 제도개선 및 법규 강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김소장은 인터뷰 과정에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다음과 제시했다.

첫째 제연 설비 의무화 및 성능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16층 이상 주거동에만 의무화된 제연 설비를 지하 주차장에도 설치 의무화하고, 특히 깊고 넓은 구조에 적합한 강력한 성능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이를 통해 화재 초기 유독가스와 열기를 강제로 배출하여 연소 확산을 지연시키고 소방대원의 진입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전기차 충전 구역의 독립 공간화가 필요하다. 개인적인 견해로 제시되었듯, 충전 시설을 가급적 지상에 설치하거나, 부득이 지하에 설치할 경우에도 지하 1층 등 연기 배출이 용이한 곳에 배치하고, 방화 구획을 통해 주차장의 다른 구역과 분리해야 한다.

둘째 소방시설 시스템의 신뢰성 확보와 인적 오류 방지를 위하여 스프링클러 작동의 인적 개입 차단해야 한다.

화재 경보를 오작동으로 판단하여 스프링클러나 소화 설비를 임의로 정지시키는 인적 오류를 막기 위해, 초기 화재 감지 시스템의 신뢰도를 높이고 관리자의 임의 조작을 제한하거나 엄격히 통제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 열폭주 감지 특화 소화 시스템을 충전 구역에 도입하여 초기 진압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스마트 통합 관제 시스템 구축을 통한 안전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

지하 주차장의 화재, 환기, 소화 시스템을 통합 관제하는 시스템을 도입하여, 화재 발생 시 시스템이 자동으로 연동되어 스프링클러 작동 및 제연 설비 가동이 동시에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만일 사용자가 오작동방지를 위해 연동정지를 하였더라도 자동으로 작동될 수 있는 스마트 안전 시스템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입주민과 관리자를 대상으로 대피 요령과 소화 설비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정기적인 실전 훈련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