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란 사태 관련 공직자 전수조사 소식은 우리 사회 전체에 깊은 충격과 함께 공직 사회의 근본적인 책임과 윤리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청에서도 일부 직원들의 가담 의혹으로 청장과 차장이 직위해제되고 다수 직원이 조사 대상에 올랐다.

최근 소방청은 3명의 청장이 연속적으로 불미스러운 사유로 파면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이흥교 청장은 입찰 관련 내부 문건을 특정 업체 관계자에게 유출로, 신열우 청장이 인사 특혜 의혹으로 구속된 데 이어, 현직 허석곤 청장마저 내란 사태 연루 의혹으로 직위해제 및 특검 수사 대상에 오르며 사실상 파면 수순을 밟게 되었다. 이는 조직 기강 해이와 공직 윤리 부재의 심각성을 드러내며 국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소방의 명예와 국민 신뢰를 크게 실추시켰다.

소방청 전경


내란 사태 공직자 전수조사의 배경과 의미

정부는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하여 공직자들의 불법행위 가담 여부를 전수조사하기 위한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내년 2월까지 관련자들에 대한 인사 조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는 내란 재판과 특검 수사의 장기화로 인해 저하된 정부 신뢰를 회복하고 공직 사회 내부의 반목과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해석된다.

조사 대상은 대통령 직속 및 독립기관을 제외한 49개 중앙행정기관이며, 특히 합동참모본부, 검찰, 경찰, 그리고 소방청 등 12개 기관은 집중 점검 대상으로 지정되었다. 조사 범위는 비상계엄 발생일을 기준으로 전후 10개월 간의 내란 직접 참여 또는 협조 행위이며, 명백하고 직접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기간과 상관없이 책임을 묻는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 전수조사는 단순히 과거의 잘못을 처벌하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 공직 사회가 헌법적 가치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얼마나 철저히 수호할 의지가 있는지를 천명하는 상징적인 행위이다.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직무를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 기본적인 책무를 저버린 행위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은 공직 윤리 확립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소방청 최고 지휘부 직위해제와 명예 실추

소방청의 현직 지휘부, 즉 허석곤 청장과 이영팔 차장이 내란 관련 의혹으로 직위해제되고 직원들까지 내란특검 수사 대상에 올랐다는 사실은, 국민 안전의 최후 보루인 소방 조직에게 뼈아픈 자기 성찰의 시간을 요구하고 있다. 최고 지휘부가 헌법 질서를 위협하는 행위에 연루되었다는 의혹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소방의 명예를 크게 실추시켰다.

소방공무원은 가장 위험한 현장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영웅'으로 인식되며, 그 신뢰도는 타 공직 분야를 통틀어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일부 지휘부와 직원의 일탈과 의혹은 전체 소방 조직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재난 현장에서 헌신하는 대다수 소방관들의 사기를 꺾을 수 있다. 특히 이들이 연루된 의혹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내란 관련 행위라는 점에서, 소방공무원들에게 요구되는 윤리적 기준이 얼마나 높아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소방 조직은 이번 사태를 단순히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기강 해이, 내부 통제 시스템의 부재, 그리고 공직 가치 교육의 실효성 등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깊은 자기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소방공무원의 바람직한 태도와 나아갈 길

소방공무원은 국민 안전의 최후 보루이며, 그 사명은 어떤 이념이나 가치보다 중요하다. 소방조직이 권력의 수단으로 활용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더욱 발전하는 소방 조직으로 나아가기 위해, 소방공무원들이 견지해야 할 바람직한 태도와 나아갈 길은 하나씩 이야기하고자 한다.

헌법적 가치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소명 의식

소방공무원은 헌법과 법률에 따른 국민 전체의 봉사자라는 기본 자세를 확고히 해야 한다. 정치적 중립을 철저히 지키고, 어떠한 외부 압력이나 불법적인 지시에도 굴하지 않으며 오직 국민의 생명과 안전만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헌법 수호자'로서의 소명 의식을 재확립해야 한다.

재난분야에 최고의 전문성과 책임감

국민의 무한한 신뢰는 현장에서 발휘되는 전문가다운 역량에서 나온다. 화재 진압, 인명 구조, 응급 구급 등 각 분야에서 최고의 역량을 갖추기 위한 부단한 훈련과 학습이 필수적이다.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면서도 시민의 소생률을 높일 수 있는 강인한 신체와 냉철한 현장 판단력을 길러야 한다.

위험속의 동료애와 조직의 건강한 문화 구축

소방 현장은 팀워크가 생명이다. 동료 간의 신뢰, 인내, 양보, 그리고 배려는 위험한 상황을 극복하는 힘의 원천이다. 또한, 내부적으로는 공정한 업무 처리와 투명한 조직 운영을 통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지 못하는' 건강한 조직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조직의 부당함에 대해 건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용기 있는 자세도 건강한 조직 문화 구축에 중요한 요소이다.

이번 내란 관련 공직자 전수조사는 소방 조직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이 뼈아픈 시기를 뼈를 깎는 개혁의 기회로 삼아, 헌법적 가치 위에 국민 안전이라는 사명을 굳건히 세우는 소방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국민들은 재난 현장에서 헌신하는 대다수 소방관들의 땀과 노력을 기억하고 사랑한다. 그 신뢰를 바탕으로, 소방공무원들은 이제 국민에게 가장 믿음직한 공직자로서의 명예를 완전히 회복하고 미래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야 한다.

기고 김효범 : 한국화재감식연구소장, 한국화재폭발조사협회 부회장, 컴퓨터이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