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5년 11월 6일 울산에서 발생한 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는 우리 사회에 다시 한번 안전 불감증의 민낯을 드러내며 충격을 안겼다. 수십 년간 전력 생산의 한 축을 담당했던 노후 시설의 해체 작업 중, 60m 높이의 대형 구조물이 무너지면서 귀중한 생명들이 매몰되거나 목숨을 잃는 참혹한 결과로 이어졌다.
7일 울산 남구 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매몰자 수색 및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울산화력발전소 측과 관계 당국은 붕괴 사고 직후부터 인근 구조물의 안전 상태를 면밀히 점검했다. 그 결과, 붕괴된 5호기와 비슷한 시기에 지어졌고 유사한 노후도를 가진 4호기와 6호기 보일러 타워 구조물에서도 미세한 균열과 불안정성이 확인되었다.
붕괴된 5호기 잔해가 인근 구조물에 충격을 가했을 가능성, 장기간의 노후화, 그리고 해체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진동 등이 4호기와 6호기의 안전성을 약화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발전소 측은 잔해 속 매몰자에 대한 수색 작업을 안전하게 진행하고, 더 이상의 연쇄적인 붕괴 사고를 막기 위해 4·6호기 보일러 타워를 긴급히 해체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시설물 붕괴를 넘어, 우리 사회 가장 취약한 곳에 놓인 노동자들의 안전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한다. 발전소 해체 공사라는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던 하청 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대다수 피해를 입었다. 이들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일터로 나섰지만, 기본적인 안전 조치와 매뉴얼 준수 여부에 대한 의혹 속에 차가운 잔해 더미에 묻히는 비극을 맞았다.
이는 '위험의 외주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원청은 위험한 작업을 하청에 맡기고, 하청은 촉박한 일정과 비용 절감의 압박 속에서 충분한 안전 관리를 확보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번 사고에도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경찰과 고용노동부가 사고 원인 규명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수사에 착수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체 매뉴얼과 달리 구조물의 아래쪽 기둥부터 일부 절단하면서 무게 중심을 잃어 붕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작업의 속도와 효율만을 강조하다 기본적인 안전 절차와 매뉴얼을 무시한 명백한 인재(人災)이다.
우리는 이번 사고가 '누구의 잘못인가'를 넘어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가'에 집중해야 한다. 설계 수명이 다한 노후 시설에 대한 해체 작업은 그 자체로 고위험 작업이며, 최고 수준의 안전 관리와 철저한 계획이 필수적다. 관계 당국은 단순히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을 넘어, 안전 관리 시스템의 전반적인 결함과 현장의 실질적인 문제점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산업 현장의 안전은 타협할 수 없는 최우선 가치여야 한다. 이번 울산 발전소 붕괴 사고는 우리 사회의 안전 시스템이 여전히 생명의 가치를 최우선에 두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슬픈 증거이다.
정부와 기업은 다음과 같은 노력을 통해 이 비극을 교훈 삼아야 한다.
하청 노동자들의 안전을 원청이 직접 관리하고 책임지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해체와 같은 고위험 작업에서는 매뉴얼 위반 시 강력한 처벌과 감독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노후 시설에 대한 해체 및 보수 작업 시 위험성 평가를 강화하고, 안전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과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희생된 노동자들의 넋을 기린다. 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울산 화력발전소의 잔해 위에 '안전한 일터'라는 굳건한 약속이 다시 세워지기를 간절히 촉구하는 바이다.
기고 김효범 : 한국화재감식연구소장, 한국화재감식학회 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