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발생 시 소방 시설이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못한 주요 원인은 리튬 배터리 화재의 특수성과 전산실 환경의 소화 장비 한계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국가정보지원관리원 화재시 수거한 리튬이온배터리 (사진=연합뉴스)
이번 전산실에 설치된 할론 가스 등의 가스계 소화설비는 서버를 보호하기 위해 물 대신 사용되는 '청정 소화약제'이다. 이 약제는 일반적인 화재의 화학적 연쇄반응을 차단하지만, 리튬 배터리의 열폭주(Thermal Runaway)를 멈추기 위한 충분한 냉각 효과를 제공하지 못한다.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 전산동 2층 배터리실 (사진=카카오)
리튬이온배터리는 내부 화학 반응을 통해 자체적으로 산소를 생성하기 때문에, 외부 산소 공급을 차단하는 가스계 소화 약제로는 근본적인 진압이 불가능하다.
만일 화염을 일시적으로 잡더라도 내부 온도가 계속 상승하여 재발화로 이어질 위험이 매우 높다. 실제로 초기 진화 시도 후 7분 뒤 불길이 다시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당시 국내에는 대용량 리튬이온배터리 화재에 대응하는 국가 인증을 받은 전용 소화기가 없었다. 이러한 현실에 맞는 소방시설이 대비가 부족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번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고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된 할론 가스 소화시설이 리튬이온배터리 화재에 효과적이지 못한 근본적인 이유는 리튬 배터리 화재의 특성인 열폭주(Thermal Runaway)를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할론 가스 소화설비가 리튬이온배터리 화재를 진압하는 데 실패하는 구체적인 이유와 원리는 다음과 같다.
일반적인 화재는 가연물, 산소, 점화원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 '화재 삼각형'을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리튬 배터리 화재는 일반 화재와는 다른 특성을 가진다.
자기 생성 산소 (Self-Generated Oxygen): 리튬 배터리 내부의 화학 물질(특히 양극재)이 고온에서 분해되면서 자체적으로 산소를 방출한다. 즉, 외부의 산소 공급을 차단하는 질식 소화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배터리 셀 내부의 온도가 급격하게 상승(수백 ℃)하면서 주변 셀로 열이 전파되는 열폭주(Thermal Runaway)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 열폭주는 외부 소화 약제로 제어하기 매우 어렵다.
할론(Halon, 또는 할로겐화합물 소화약제)은 청정 소화 약제로, 서버실이나 통신실 같은 전산 설비 환경에 주로 사용된다.
할론은 산소 농도를 낮추거나 질식시키는 방식이 아닌, 연소의 화학적 연쇄반응을 적극적으로 차단하여 불을 끈다. 장비에 손상을 주지 않고 잔여물을 남기지 않아 전산실에 적합하다.
할론 가스는 리튬 배터리의 열폭주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 진압에 실패한다. 할론가스의 리튬이온배터리 화재에 대한 한계점을 정리하였다.
상기내용을 종합하면, 할론 가스는 화염(Flame)은 끌 수 있어도 열(Heat)과 화학 반응이라는 리튬이온배터리 화재의 핵심 요소를 제압하지 못하여 화재를 완전히 진압할 수 없다.
국가 핵심 시설에 대한 안전 점검이 미흡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지난해(2024년 5월) 진행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에 대한 화재안전 조사에서 화재가 발생한 5층 전산실이 '보안'을 이유로 소방 쪽 출입이 막혀 점검 대상에서 제외되었던 사실이 확인되었다.
국가핵심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소방 점검이 비정기적이고 매우 드물게 이루어져 잠재적 위험 요소를 사전에 파악하고 제거할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이는 국가 핵심 인프라 안전 관리에 대한 총체적인 소홀함을 보여준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국가 전산 시설의 재난 대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기술적 개선이 시급하다.
소화 효과성이 없는 할론 가스계 소화설비에 대한 의존을 탈피하고, 리튬 배터리 화재의 열폭주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특수 소화 약제 또는 전용 소화 설비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관련 법령 및 기술 기준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
그리고 대용량 배터리 설비를 서버가 있는 주요 전산실과 물리적 방화 격벽으로 분리 시공하도록 규정하여 화재 확산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매년 국가핵심시설에 대한 정기적인 소방안전 점검을 의무화해야 한다.
핵심 시설에 대해서는 보안 구역을 포함하여 매년 소방 당국의 정기적인 안전 점검을 의무화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재해 복구(DR) 시스템의 완전 이중화 사업도 서둘러야 한다. 화재와 같은 재난 발생 시에도 서비스 중단이 최소화되도록 데이터뿐만 아니라 시스템까지 즉시 전환 가능한 재해복구(DR) 시스템의 완전한 이중화를 핵심 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
기고 김효범 : 한국화재감식연구소장, 한국화재폭발조사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