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전 10시 51분께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 오랑대공원 인근의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공사 현장에서 불이 나 작업자 6명이 숨지고, 27명이 연기 흡입 등 경상을 입었다.

부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6명의 작업자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하여, 합동 정밀 감식이 진행되었다. 감식은 사망자가 발생한 지점을 중심으로 2시간가량 진행되었으며, 불은 리조트 B동 1층에 있는 배관 주변에서 시작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경찰은 이번 감식을 통해 B동 1층 배관 관리실 내 배관 주변에서 불길이 처음 시작된 것으로 확인했다. 당시 현장에서는 배관 용접 작업이 진행 중이었는데, 용접 불티가 주변에 있던 가연성 내장재에 옮겨붙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발화 원인으로 추정되는 '배관 용접 작업' 현장에 화재 감시자가 제대로 있었는지도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공사장 화재와 관련해 안전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경찰은 현장에서 작업자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전화와 안전모, 조끼 등 유류물 10점도 수거해 분석 중이다. 또한,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 등 소방 안전 시설물 작동 여부 등도 이번 감식을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용접 작업 반경 11m 이내 건물 내부에 가연성 물질이 있는 장소에는 화재 감시자를 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숨진 작업자 중에는 화재 감시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고용노동청은 시공사인 삼정 기업과 하청 업체를 상대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도 수사 중이다. 숨진 노동자는 모두 하청업체 소속으로 파악됐지만 일용직도 포함돼 정확한 소속을 찾기 어려운 상태이다.

14일 오전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호텔 신축 공사장 화재

17일 부산소방본부에 따르면 반얀트리 리조트는 지난해 12월 19일 관할구청으로부터 사용승인허가(준공승인)를 받은 뒤 막바지 인테리어 작업을 하고 있었다.

당초 지난해 11월까지 시공사인 삼정기업이 책임 준공을 하기로 했으나 해당 기한을 넘겨 공사를 진행해왔다. 5월 본 개장을 앞두고 공사에 속도를 내면서 현장에서는 여러 작업이 한꺼번에 진행되고 있었다.

준공된 작업장에서는 흔치 않게 40여개 하도급 업체 841명의 근로자가 작업했고, 동시다발 공사에 자재들도 곳곳에 쌓여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숨진 6명의 근로자도 인테리어, 가구 설치, 청소 등으로 역할이 다 달랐던 것으로 알려져 무리한 공사 진행이 피해를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화재 안전설비가 정상 작동했는지도 경찰 수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이미 준공된 건물이라 모든 설비가 제대로 작동해야 하는데 '스프링클러'의 작동 여부나 작동 경위를 놓고는 아직 명확히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화재 초기 부산소방본부는 현장 브리핑에서 "스프링클러가 작동했다"고 밝혔다가 이후 "소방시설이 자동 작동했는지, 수동으로 조작해 작동했는지, 배관이 녹아 물이 샜는지 정확하지 않아 좀 더 세부적인 조사를 해야 할 것 같다"며 입장을 정정한 바 있다.

의무 설치 대상은 아니지만 초고급 리조트에 '자동화재신고' 장치가 없었다는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앞서 2023년 해운대의 한 호텔 화재 때는 자동신고장치가 근무자보다 더 빨리 신고한 사례가 있었다.

시공사는 화재 나흘 전부터 소방 점검을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었다는 입장이지만, 점검이 허술하지는 않았는지도 확인이 필요하다.

신축건물은 사용승인을 받은 이후 60일 내 자체 점검을 진행해 그 결과를 관할 소방서에 제출해야 하는데 시공사 측은 지난 11일부터 시작해 사고 당일에도 점검하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조사하고 있는 사항이라 자세히 말할 수 없다"면서 "수사가 진행되면 경찰청과 상의해 중간 수사 브리핑 일정을 잡을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