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다 깨!" 31년차 베테랑 구조팀장 판단이 52명 생명 구했다

= 새벽에 불난 안산 상가 내 모텔 2곳…외벽 유리창 깨고 연기 빼며 진입
- 투숙객 '살려달라' 신고 쇄도…"부천호텔 화재 후 훈련대로 초기대응"

김효범 승인 2024.11.18 08:33 의견 0
화재를 진압하고 있는 안산 모텔 현장(경기소방재난본부 제공)


오늘(17일) 새벽 모텔이 있는 상가 건물에 화재가 났지만 31년차 베테랑 소방구조대 팀장의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으로 전원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날 오전 3시 38분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6층 건물 1층 식당에서 불이 났습니다. 불은 식당을 태운 뒤 1시간여만에 초진됐지만 연기가 강했고 건물 5층과 6층에 2곳의 숙밥업소가 있어 투숙객 수십명이 위험에 빠질 수 있었습니다. 특히 대부분 잠든 새벽 시간대에 발생한 화재라는 점에서도 하마터면 대형 인명피해까지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안산소방서 소속 119구조대 박홍규 3팀장은 최초 화재 현장에 도착해 창문을 깨 열기와 연기를 빼는 등 재빠르게 판단해 팀원들과 같이 투숙객 포함 52명을 모두 구조했습니다.

박 팀장은 긴박했던 현장을 떠올리며 "처음 도착했을 때 불길이 가장 센 '최성기'로 열기와 연기가 최고조에 달했고, '5∼6층에 모텔이 있다', '살려달라는 신고가 계속 들어온다'는 무전이 엄청 들어오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저를 포함해 구조대원 5명이 건물 2층으로 진입했는데, 열기가 너무 강해 도저히 올라갈 수 없어 1층으로 다시 내려왔다. 건물을 자세히 보니 층별 계단 쪽마다 큰 창문이 있어 2층에 올라가 도끼로 깨보니 생각보다 잘 깨지더라. 그래서 직원들에게 창문을 다 깨서 열기와 연기를 빼면서 올라가자고 지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팀장 지시로 구조대는 창문을 깼고 열기와 연기가 빠져 구조자들이 몰린 5층과 6층으로 진입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구조 작업이 진행됐습니다. 박 팀장은 "투숙객에게 마스크를 씌워 한명씩 내려보내기 시작했고, 이후 다른 센터에서도 구조팀들이 지원 나왔다. 아마 10번 정도는 건물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구조 및 인명 수색을 벌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현장 보는 순간 부천 화재 참사 떠올라…"구해야겠다는 생각만"

안산 모텔 화재 현장/사진=연합뉴스(경기소방재난본부 제공)


박 팀장은 이번 화재 진압과 구조가 3달 전 발생한 부천 호텔 화재 참사에서 교훈을 얻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31년째 소방관으로 일하고 있다. 화재 현장을 보는 순간, 그 안에 모텔이 있다는 말을 듣고 얼마 전 있었던 '부천 호텔 화재'가 확 생각났다"며 "그 화재로 인해 저희가 훈련도, 토론도 많이 했다.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도 않고 구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부천 호텔 화재는 지난 8월 22일 오후 7시 37분쯤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중동의 한 호텔에서 불이 난 사고입니다. 당시 화재로 투숙객 7명이 숨지고 12명 다쳤습니다. 사망자 중 2명은 에어매트 위로 낙하를 시도했으나 매트 가장자리로 추락하거나, 이에 따른 반동으로 매트가 뒤집히면서 모두 숨졌습니다.

이날 안산 상가 화재의 경우 소방당국은 투숙객을 포함해 52명을 구조(자력대피 3명 포함)했습니다. 구조자 중 2명은 건물 밖에 설치된 에어매트 위로 낙하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구조된 52명 중 31명은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이송된 31명 중 2명은 중상자로 분류됐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재 구조자 신원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지만 대다수 숙박업소 투숙객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경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부천 호텔 화재 이후 에어매트 전개 등 '현지적응훈련'이 더 강화됐는데, 이런 훈련들 덕분에 구조대원들의 초기 대응이 더 잘 이뤄졌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합동 감식을 벌여 화재 원인을 규명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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