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26일 오후 8시 20분경, 대전 유성구 화암동에 위치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하 ‘국정자원’) 본원 전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는 5층 전산실 내 무정전전원장치(UPS)용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발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산실 내부 또는 지하 이전 작업 중 배터리를 분리하던 과정에서 불꽃이 튀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는 리튬이온배터리를 지하실로 옮기려는 작업 중, 전원을 차단하고 배터리와 연결된 케이블을 분리할 때 불꽃이 발생한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

화재 당시 전소된 배터리팩 384개는 모두 내구연한이 초과된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즉, 수명이 지난 배터리가 화재 취약성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서버와 배터리 간 거리가 약 60cm에 불과한 공간 배치도 문제로 지적되며, 화재 진압과 열기 확산 억제에 큰 장애가 되었다고 분석된다.

전산실 화재사고 참고사진(한국안전뉴스)


​소방 당국은 진입 곤란 및 과열·유독가스 등 위험 요인 때문에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여러 차례 연기 배출과 냉각 작업을 반복하면서 약 22시간 만에 완전 진압을 선언했다.

국정자원 측은 “내부 열기와 연기 등으로 아직 완전 진입이 어려우며, 서버 손상 여부와 복구 시점은 화재 완전 진압 이후 내부 진단이 이뤄져야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 본원 5층 전산실에서 발생한 리튬이온배터리 화재가 완전히 진화된 가운데 정부 전산시스템가 단계적으로 복구될 예정이다.

전산실 화재사고 참고사진(한국안전뉴스)


이번 사고는 지난 26일 오후 8시 20분경 전원 공급 장치(UPS) 배터리 이전 작업 중 폭발이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작업 중이던 직원 1명은 얼굴과 팔에 1도 화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고 현장에 있던 직원 약 100명은 스스로 대피했다.

소방·경찰·군·지자체 인력 등 총 242명이 투입돼 지휘차·펌프차 등 장비 67대를 동원한 밤샘 진화 끝에 지난 27일 오후 6시 완진을 선언했다.

소방당국은 리튬이온배터리의 특성상 열폭주와 재발화 위험이 있어 진압 과정에서 신중을 기했으며 일부 배터리에서 재발화가 확인돼 추가 냉각·감시 작업을 진행했다.

화재로 피해를 본 전산실에는 전산장비 740대와 배터리 384대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과 경찰은 발화 지점으로 의심되는 배터리 팩을 확보해 이동식 침수조로 옮겨 냉각 조치했으며 이들 배터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 정밀 감정을 받기로 했다.

전산실 내부의 다른 배터리들도 랙에서 분리해 외부로 반출한 뒤 침수조에서 냉각 작업을 마쳤다.

전원과 냉각 설비 문제로 안전을 이유로 선제적으로 정지된 시스템은 본원에서 관리하는 총 647개 가운데 96개가 화재의 직접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551개 시스템은 화재 확산 차단을 위해 임시 차단된 상태였으나 기반 인프라 복구가 진행되면서 우선 재가동 대상으로 선정됐다.

행정안전부는 항온항습기 복구와 네트워크·보안 장비 점검을 마친 뒤 직접 피해가 없는 시스템부터 순차적으로 서비스를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화재 다음 날 새벽 항온항습기가 복구돼 정상 가동을 시작했고 네트워크 장비는 오전 기준 절반 이상 재가동됐으며 핵심 보안장비는 총 767대 중 763대(약 99%)가 정상 작동을 회복했다.

화재원인은 무정전 전원 장치(UPS)용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발생한 불꽃으로 추정된다. 배터리 교체 작업을 위한 사전 작업 도중 발생한 것으로 보다. 현재 경찰,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합동 감식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규명할 예정이다.

이번 화재에 대한 문제점을 하나씩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위험성 및 관리에 헛점을 보였다.
발화 지점으로 지목된 UPS용 리튬이온 배터리는 화재 발생 시 급격한 열 폭주 현상으로 진화가 어렵다. 배터리 노후화나 교체 작업 중 안전 조치 미비 또는 작업 실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배터리와 주요 정보가 담긴 서버의 간격이 좁았다는 점도 피해를 키운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

둘째, 재난복구 시스템(이중화)에 대한 대책이 미비한 것으로 보인다.
2022년 카카오톡 먹통 사태 및 2023년 행정 전산망 마비 사건 이후에도 중요 시스템에 대한 '이중화'(백업 시스템 구축)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예산 문제 등으로 시스템 이중화 작업에 안이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셋째, 광범위한 국가행심정보와 민원시스템 서비스가 마비되었다는 것이다.
행정망의 '심장'이라 불리는 데이터센터 한 곳의 화재로 인해 국민 생활과 직결된 다수 행정 서비스가 장기간 마비되어 '디지털 정부'의 취약한 민낯이 드러났다.

이젠 앞으로 화재 예방 및 재발 방지 대책과 개선 필요한 방향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째, 데이터센터 내 배터리 관리 및 시설을 개선해야 한다.
데이터센터 내 리튬이온 배터리의 안전 기준 및 배치 간격 강화, 별도의 안전 공간(격리 공간) 마련을 통한 서버와의 분리해야 한다.

둘째, 배터리 노후화 등에 대한 정기적이고 철저한 안전 점검 및 교체 계획 수립 및 이행해야 한다.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에 특화된 진화 설비 및 시스템(예: 수조, 리튬 화재 특화 소화 약제)의 충분한 확보 및 구축 역시 서둘러 갖추어야 한다.

셋째, 전산 시스템 이중화 및 재난 대비 강화해야 한다.
이용자 수가 많고 파급 효과가 큰 1·2등급 정보시스템을 포함한 중요 시스템 전체에 대해 모든 장비에 대한 '완전한 이중화(클라우드 기반 등)'를 신속하게 구축하고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재난 상황 발생 시 핵심 시스템을 즉시 다른 센터(이중화)로 이전하여 복구할 수 있는 비상대응 체계 및 매뉴얼 강화하고 이중화 관련 정기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넷째, 데이터센터 작업 안전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데이터센터 내 중요 설비에 대한 유지보수 및 교체 작업 시 안전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작업자의 안전 수칙 준수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고 비상 대응 훈련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UPS설비 배터리 교체시 리튬이온배터리에서 추론가능한 화재원인에 대하여 본인의 조사 경험을 통해 이야기해 보자고 한다.

배터리 교체 작업 중 화재가 발생하는 공학적인 이유는 주로 리튬이온 배터리의 '열 폭주(Thermal Runaway)' 현상과 작업 중 발생하는 '교체작업 등 외부적인 요인의 결합'에서 비롯된다.

먼저 열 폭주(Thermal Runaway)' 현상의 과정에 대하여 이야기 해보자.

리튬이온 배터리는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지고 있어, 일단 내부에서 발열 반응이 시작되면 제어하기 어려운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

내부 단락 및 초기 발열이 발생하면 배터리 내부의 분리막(양극과 음극을 분리하는 막)이 손상되어 양극과 음극이 직접 접촉(내부 단락)하면, 짧은 시간에 큰 전류가 흘러 국부적인 과열이 발생한다.

고체 전해질 계면(SEI) 분해 온도가 약 60도 이상으로 상승하면 음극을 보호하는 고체 전해질 계면(SEI, Solid Electrolyte Interphase)이 분해된다. 이 반응은 발열 반응으로, 추가적인 열을 발생시켜 온도를 더 높인다.

온도가 120도 이상으로 상승하면 분리막 붕괴 및 전해액 분해되어 분리막이 녹아내려 양극과 음극의 접촉(단락)이 가속화다. 이와 동시에 배터리 내부의 액체 전해액이 분해되면서 가연성 가스(수소, 메탄, 에틸렌 등)와 열이 방출된다.

온도가 150도 이상으로 더 오르면 양극 물질 분해 및 산소 발생으로 양극의 활물질(리튬금속산화물)이 분해되면서 산소를 방출한다. 이 산소는 주변의 가연성 가스 및 전해액과 반응하여 연소를 촉진하고, 외부 산소 공급 없이도 화재를 지속시키는 '자가증폭루프'를 형성한다.

이 연쇄적인 발열 반응으로 인해 온도가 급격히 수백에서 1000도 이상까지 치솟으며, 내부 압력 상승으로 배터리 케이스가 파열되고, 방출된 가연성 가스가 점화되어 격렬한 폭발 및 화재로 이어진다.

교체 작업 중 열 폭주를 유발하는 외부적 요인의 결합에는 어떠한 것을 추정할 수 있는지 살펴보자.

배터리 교체 작업은 기본적으로 외부 충격, 단락, 또는 제조 결함 활성화의 위험을 수반한다.

첫번째 요인은 기계적 물리적 압착 손상으로 인한 단락을 추론할 수 있다.
배터리 랙에서 배터리 모듈 또는 셀을 분리하거나 이동하는 과정에서 충격, 찍힘, 꺾임 등 물리적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손상은 배터리 내부의 분리막을 파괴하여 내부 단락을 유발하고, 즉시 또는 일정 시간 후 열 폭주로 이어질 수 있다.

두번째 요인은 교체작업 과정에서 전기적 단락(스파크) 발생이다.
배터리는 전원 차단 후에도 잔류 전하를 가지고 있다. 연결 케이블을 해체 또는 연결하는 과정에서 절연 처리되지 않은 금속 도구나 장비(예: 스패너)가 양극(+)과 음극(-) 단자를 동시에 접촉시키거나, 단자와 주변 금속 구조물 사이에 접촉되면 외부 단락이 발생한다.
이때 발생하는 강력한 스파크(불꽃)와 열이 배터리 내부 또는 주변의 가연성 물질(가연성 가스, 전해액 누출액 등)을 점화시켜 화재를 일으킬 수 있다.

세번째 요인은 전기적/열적 스트레스 등 배터리 결함에 대하여도 조사가 필요하다.
평소에는 잠재되어 있던 배터리 셀 내부의 제조 결함(예: 이물질 혼입)이 교체 작업을 위한 물리적 움직임이나 전기적/열적 스트레스 변화로 인해 활성화되어 내부 단락을 일으킬 수 있다.

요약하면, 배터리 교체 작업 시 발생하는 작업 실수(단락, 충격)로 인한 열/스파크가 리튬이온 배터리의 고유한 열 폭주 메커니즘을 촉발시켜 대규모 화재로 발전하는 것이 공학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핵심 원인인 것이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 화재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발화 특성과 국가 전산망 마비라는 중대한 결과를 낳았다. 따라서 일반적인 화재 조사 외에 정확인 원인 규명을 위해 전문성 있는 화재조사가 필요하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발화 메커니즘, UPS(무정전 전원 장치) 시스템의 문제, 작업 부주의 등 복합적 원인을 과학적이고 심층적으로 분석할 화재전문가에 의한 조사가 필요하다.

정부는 민.관 전문가 위원회를 구성하여 화재원인조사 및 재발 방지 대책 수립에 서둘러 준비해야 할 것이다.

정확한 화재원인 규명을 통한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전산실 및 데이터센터의 전기 안전, 배터리 안전관리, 배터리 소화 설비 등 특수 환경에 맞는 전문적인 안전 대책과 시스템 설계를 위해 전문가의 지식과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기고 김효범 : 한국화재감식연구소장, 한국화재폭발조사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