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경주에서 10월 31일(금) ~ 11월 1일(토)까지 2일간 개최된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던 핵추진 잠수함(핵잠수함) 건조에 대한 미국의 승인이 도출되었다. 이는 한국 안보 및 원자력 정책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역사적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경주 APEC을 전후한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추진 잠수함 도입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었고, 이는 안보 지형 변화의 신호탄이 되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 달라"고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날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화답했다.

핵잠수함 도입은 지난 30년간 미국의 핵 비확산 정책과 한미원자력협정의 제약으로 인해 번번이 좌절되었던 문제이다. APEC이라는 다자 외교 무대에서 정상 간의 '톱다운(Top-down) 방식' 결정을 통해 30년 숙원 사업의 물꼬를 튼 것은 중요한 외교적 성과로 기록된다.

핵잠수함은 디젤 잠수함과 달리 장기간 잠항과 고속 기동이 가능하여,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주변국(중국, 러시아)의 해군력 증강에 대응하는 전략적 억제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다.

핵잠수함 건조 승인은 시작에 불과하며, 실제 도입 및 운용을 위해서는 핵연료 확보와 안전성 확보라는 복잡하고 중대한 과제들을 해결해야 할 것이다.

핵잠수함은 일반적으로 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며, 교체 주기가 10년 이상이다. 한국은 독자적인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가 한미원자력협정으로 제한되어 있어 미국의 핵연료 공급 동의가 필수적이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평화적 목적의 우라늄 농축 및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부문에서도 실질적인 협의를 진척시키도록 요청했다. 이는 '원자력 주권' 확보를 위한 협상의 공식 시동으로 볼 수 있다. 현재 한미 원자력협정은 미국 동의 하에 농축도 20% 미만의 우라늄 농축을 허용하지만 군사적 사용은 금지하고 있어, 핵잠수함 연료 확보를 위해 협정 개정 또는 우회적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은 정치적 선언에 가깝고, 실제로 미국에서 핵연료를 공급받기 위해서는 미 국방부, 국무부, 에너지부 등의 광범위한 법률 검토와 승인 절차가 남아있다.

2010년 진주만-히캄 공동 기지에 정박 중인 버지니아급 공격형 잠수함 ‘USS 텍사스’. 자료=美해군


핵잠수함 운용에 필수적인 핵연료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비확산 규범을 준수하기 위한 다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핵잠수함이 군사적 용도로 사용되더라도 핵 확산 금지 조약(NPT) 등 국제 비확산 규범을 준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은 저농축 우라늄(LEU, 농축도 20% 이하)을 사용하는 방안을 통해 국제 제재를 피하고 비확산 원칙을 지키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핵연료의 취급, 저장, 그리고 교체 후 발생하는 사용 후 핵연료의 안전한 처리 및 폐기를 위한 복잡한 인프라(방사능 차폐 시설, 폐기 시설 등)를 별도로 구축해야 한다. 이는 막대한 시간(10년 이상 소요 예상)과 비용이 필요하다.

핵잠수함에 탑재될 소형 원자로의 안전 인증을 확보하고, 방사선 안전관리 및 비상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핵잠수함 확보 사업은 범정부 차원의 추진:역대 최대 규모의 무기 도입 사업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핵연료 공급 및 안전 체계 구축 등 복잡한 기술적·정치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추진단 구성을 검토하고 있다.

핵추진 잠수함 도입은 한국의 안보에 큰 진전을 가져올 수 있지만, 핵연료 확보와 안전한 관리는 해결해야 할 핵심 난제로 남아 있다.

한국은 국제 비확산 규범(NPT)을 준수하면서 저농축 우라늄(LEU)을 활용하는 등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며, 범정부 차원의 추진 체계를 통해 이 거대한 사업을 현실화하려 하고 있다. 핵추진 잠수함 도입은 단순한 무기 체계 확보를 넘어, 원자력 주권을 확대하고 자주 국방을 실현하는 중요한 발걸음이며, 향후 기술적, 외교적, 법률적 난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안보 지형을 결정짓는 관건이 될 것이다.

기고 김효범 : 한국화재감식연구소장, 한국화재감식학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