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4일,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와 관련해 일차전지 제조업체인 아리셀의 박순관 대표에게 징역 15년이 선고됐다. 이는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내려진 최고 형량이다. 함께 기소된 총괄본부장 박중언에게도 징역 15년 및 벌금 100만 원이 선고됐으며, 다른 임직원 6명에게도 징역, 금고, 벌금형이 내려졌다. 이들은 모두 선고 직후 법정 구속되었다.
화성시 서산면 아리셀 리튬전지 배터리 공장 화재 화성 공장 화재모습
주요 혐의 및 재판부 판단내용을 살펴보면
아리셀 박순관 대표는 유해·위험요인 점검 미이행, 중대재해 대비 매뉴얼 미비 등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박 대표가 사실상 아리셀의 경영책임자라고 판단하고, "비상구와 비상통로를 안전하게 유지해야 할 의무를 위반해 피해자 사망에 이른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특히, 생산과 이윤 극대화를 우선시하면서 근로자 안전에는 소홀히 했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아들인 박중언 총괄본부장은 전지 보관 및 관리, 화재 대비 안전관리상 주의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아리셀 측은 생산 편의를 위해 방화구획 벽체를 철거하고 대피 경로에 가벽을 설치했으며, 외국인 노동자들의 피해를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사망자 23명 중 20명이 파견 근로자였으며, 대부분 입사 8개월 미만인 초보 근로자였다.
하지만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관련 중형을 선고받은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1심 선고가 난지 불과 이틀 만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대표 측은 이날 수원지법 재판부에 양형부당 등의 이유로 항소장을 제출했다. 앞으로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에 대한 재판에 대하여 많은 이목이 주목되고 있다.
아리셀 화재 사고 판결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엄중한 적용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이다. 과거에는 단순히 '과실'에 무게를 두었다면, 이 법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했는지 여부를 핵심적으로 따진다. 특히 이번 사고처럼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경우, 단순히 불이 난 원인뿐만 아니라 '왜' 불이 크게 번지고 인명 피해가 속출했는지에 대한 구조적, 관리적 원인을 깊이 조사해야 한다.
화재 원인은 단순히 '어디서 불이 시작되었는지'를 넘어선다. 가연성 물질 관리, 소화 설비, 비상 대피로, 근로자 교육 상태 등 모든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화재확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리셀 사건에서 나타난 인명피해 뿐만 아니라 화재확산, 화재진압, 화재원인 등 종합적으로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법의 적용 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화재 사고 발생 시 화재 원인 및 확산 원인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의 중요성이 커졌다. 기존의 화재조사관 역할 외에, 건축, 소방, 산업안전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력하여 건축물의 방재 시스템, 설비의 안전성, 작업 환경 관리의 적절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즉, 사고가 단순한 실수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안전 의무를 고의 또는 중과실로 위반한 결과인지 명확히 밝혀낼 화재조사 전문가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결국, 중대재해처벌법 시대에는 사고 발생 후의 사후 처리뿐만 아니라 사고 예방을 위한 사전 안전 관리의 중요성이 극대화된다. 화재 원인 규명은 단순히 불이 난 지점을 찾는 것을 넘어, 안전 시스템 전반의 허점을 드러내고, 그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함으로써 다시는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궁극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다.
공장 화재와 같은 중대재해 사고 조사에서 전문적인 화재조사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이들은 단순히 발화 지점을 찾는 것을 넘어, 화재의 확대 원인과 인명 피해의 구조적 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한다. 화재 감식, 연소 특성, 건축 구조, 소방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지식을 활용해 안전 관리 부실과 법규 위반 여부를 규명한다. 이들의 조사 결과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의 핵심 증거가 되어,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기고 김효범 : 한국화재감식연구소장, 한국화재폭발조사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