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회(국회의장 김진표)는 10일 오전 국회 접견실에서 ‘벤처·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한 바람직한 입법·정책방향’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고 벤처·스타트업계 관계자들과 의견을 나눴다. 이번 간담회는 벤처·스타트업 활성화와 관련해 국회가 업계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국회 차원의 입법 등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개최됐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인사말씀을 통해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글로벌 과학기술·경제전쟁에서 최종 승자는 결국 벤처·스타트업 강국이 차지할 것이다”며 “기존 대기업 중심의 성장전략만으로는 저성장의 늪을 헤쳐나가기 어렵고, 기술혁신을 선도하는 벤처기업을 육성해야 경제가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민간의 모험자본이 벤처·스타트업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융자’에서 ‘투자’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대대적인 금융혁신이 필요하다”며 “획기적인 벤처 육성전략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을 <창업천국>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진 발표 순서에서 이형주 금융위원회 정책국장은 ‘벤처산업 환경과 벤처투자 활성화 방안’ 발제를 통해 “올해 1분기 우리나라 벤처펀드 결성이 78.6%, 벤처투자가 60.3% 급감했다”며 ▲ 정책금융을 통한 운전자금 공급 및 펀드 조성 확대 ▲ 벤처생태계 순환시스템 구축을 위한 다양한 회수지원 ▲ 민간자금의 모험자본시장 유입을 위한 제도개선 ▲ 벤처금융 활성화를 위한 글로벌 제도 도입 등 정부의 벤처투자 활성화 방안을 설명했다.
유웅환 한국벤처투자 대표이사는 ‘국내 벤처투자시장 진단 및 모태펀드의 역할’ 발제를 통해 “국내 벤처투자시장은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이란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으나, 한국벤처투자는 올해 1조원 모태펀드를 출자해 2조원 이상의 자펀드 조성을 유도할 계획이다”고 소개했다.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은 ‘벤처기업 성장을 위한 투자 및 정책지원 방향’ 발제를 통해 “2012년 식약처에서 화장품 원료 관련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변경하면서 화장품 업계의 경쟁력이 강화됐다”며 “벤처기업 성장을 위해서는 ▲ 불필요하고 장애가 되는 규제의 철폐 ▲ 기술특례상장제도 도입 등 회수시장 활성화 ▲ 모태펀드 예산 증액 등 정부재정 역할 증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원호 SV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는 ‘글로벌 K-스타트업 육성 및 글로벌 K-VC의 필요성’ 발제를 통해 “현재 한국의 대부분 유니콘 기업들은 외국계 VC(벤처캐피탈)들의 투자 유치를 통해 이루어졌다”며 “K-유니콘의 성장 지원을 위해서는 국내 VC들의 글로벌화를 통해 국내 스타트업들의 해외 진출 및 해외 투자 유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진 자유발언 및 토론 순서에서 참석자들은 그동안 현장에서 느꼈던 애로사항과 입법·정책적 개선이 필요한 사항 등에 대해 자유로이 의견을 개진했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한 목소리로 벤처·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규제 철폐와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으며 이를 위한 국회 차원의 입법을 요청했다.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이사는 “경제위기·기술격차·인구절벽·이공계 기피·MZ세대 보수화로 국내 벤처업계가 5중고를 겪고 있다”며 “VC가 One to Million이라면 엑셀러레이터는 Zero to One으로, 無에서 有를 만들려는 청년들이 도전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이 엑셀러레이터에 집중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엑셀러레이터가 VC나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를 자회사로 두는 것을 막고 있는 규제와 엑셀러레이터와 VC 간 중복되는 규제를 개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태운 여신금융협회 본부장은 “비상장주식이 위험자산으로 취급돼 투자를 꺼리는 문제가 있으므로 이에 대한 개선책을 고민해주길 바라며, 금융회사의 투자업종 및 재간접투자를 제한하는 규제는 풀고 외부출자에서 정책펀드는 제외하는 방안 역시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박성호 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플랫폼 규제 입법은 신중하되, 입법에 대한 사전규제평가제도가 도입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으며, 반면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이사는 “국회와 정부가 기술권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내 또는 업계 간 소통을 위한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조준희 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장은 “CHAT 형태 AI의 저작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입법이 필요하다”면서 “비대면진료에 2천억을 투자한 30개 벤처사가 고사 위기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기존 업계와 뉴테크기업 간 소통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성상엽 벤처기업협회 회장은 “국회와 업계가 정기적으로 만나 애로사항을 듣는 소통 채널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벤처기업육성법을 한시법이 아닌 상시법으로 전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유신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연구원장은 “금융이 비금융과의 융합을 통해 신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 구축과 데이터 활용이 필요하다”며 “국회 등에 융합신산업위원회 등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 밖에 김영호 TS 인베스트먼트 부사장은 “M&A 활성화를 위한 펀드가 부재하므로, 이에 대해 예산을 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으며, 김도현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이사장은 “의대 선호는 생애 기대소득이 큰 탓으로, 교수 연봉을 포함해 공학계에 대한 기대소득이 높아져야 한다”며 “거래소가 대법원의 상장폐지에 대한 재량권 남용 판결 이후 상장 여부를 보수적으로 결정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간담회를 마친 후 참석자들은 오찬을 함께 하며 논의를 이어갔다. 현장의 목소리와 제언에 대해 김 의장은 배석한 중소벤처기업부 및 금융위원회 관계자와 소관 위원회 수석전문위원들에게 입법방안 등 해결책 마련을 지시했다.
김 의장은 “민간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M&A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투자은행은 인력의 60%가 엔지니어인 반면, 국내 대형 금융기관은 이공계 인력이 5% 미만으로, 글로벌 기술시장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기술금융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중고등학교에서 여성들의 이공계 진출을 돕는 진로 교육 등 교육개혁이 필요하다”면서 “국내 벤처회사가 나스닥에 직상장되도록 해외 투자회사를 연계해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와 오찬에는 이광재 국회사무총장, 박경미 의장비서실장, 박장호 입법차장, 홍형선 사무차장, 조경호 정무수석비서관, 고재학 공보수석비서관이 참석했다. 또 관련 부처 소관 위원회에서 고상근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 김일권 기획재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 김건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이상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수석전문위원 등이 함께 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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