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일, 경북 영천시 금호읍 구암리 채신공단 내 화장품 원료 제조공장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이 발생하며 시작된 화재가 9시간 만에 꺼졌다. 이 사고로 공장 관계자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을 입었다. 화재 당시 발생한 폭발은 굉음과 함께 짙은 연기를 내뿜으며 3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충격이 전달되어 일대 공단 관계자와 주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영천 금호읍 한 공장에서 불이 나 소방대가 진화중인 장면 /사진 경북소방본부 제공
폭발 신고가 접수된 공장 2층에서 화학 물질인 화장품 원료를 제조하는 곳에서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공장은 화장품에 쓰이는 착색제와 유연제를 생산하는 곳으로, 작업도중 주원료인 과산화수소가 폭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과산화수소는 가열 시 화재나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산화성 액체'로 분류하고 있다. 위험물안전관리법에 따라 특별히 관리하는 위험물임을 고려할 때, 이번 사고는 안전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위험물안전관리법은 화재나 폭발 등의 위험이 있는 물질의 저장, 취급, 운반 등에 대한 기준을 엄격하게 규정하여 위험물에 해당할 경우 안전하게 특별관리하거나 취급되어야한다. 특히 과산화수소와 같은 산화성 액체는 화재 시 진압이 매우 어렵고 순간적 폭발로 큰 피해를 발생할 수 있어, 더욱 철저한 관리와 안전수칙 준수가 요구된다.
이번 영천 화장품 공장 화재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 사고는 순간의 부주의에서 비롯될 수도 있지만, 결국은 안전 관리에 대한 미흡한 인식이나 구조적인 문제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금, 기업의 안전 관리 책임은 더욱 막중해졌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공장의 안전 시스템은 적절했는지, 비상 대응 매뉴얼은 제대로 작동했는지, 그리고 혹시라도 간과된 부분은 없었는지 꼼꼼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산업현장에서 안전체계 및 예방대책에 대해 진지하게 점검하고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기고 김효범 : 한국화재감식연구소장, 한국화재폭발조사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