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공장화재는 튀김기계에서 발화해서 샌드위치 패널로 확산

- 공장 내·외벽이 모두 샌드위치 패널로 화재진압시 붕괴위험이 있어...

문영훈 승인 2024.02.05 07:23 의견 0
문경 신기동 신기산업단지 한 육가공공장 화재진압 사진

불이 난 신기동 신기산업단지 한 육가공공장은 돈가스, 탕수육 등을 육가공 식품 제조업체이다.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공장은 연면적 4천319㎡, 4층 높이 건물로 2020년 5월 22일 사용 승인을 받았다. 2022년 1월 4일에는 채권자 대구은행 등에 의해 공장용지와 건물, 내부 기계 기구가 일괄 경매 물건 매각으로 대구지법 상주지원에 접수됐다.

감정평가법인은 지난 2022년 1월 18일 해당 공장 건물에 대한 '감정평가요항표'를 작성하며 '건물의 구조 및 현상' 항목란에 화재 탐지 및 경보 설비, 소화전 설비 등이 돼 있다고 적시했다. 공장 내부 3층에는 냉동·냉장창고와 작업장, 숙성실, 냉동 보관실, 업소용 튀김 라인 설비 세트 등이 비치됐다.

소방당국은 이들을 상대로 발화점으로 지목된 공장 내부 3층 튀김 기계와 환풍기의 정상 작동 여부와 튀김 기계 사용으로 인한 잔열 발생 정도 등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관계자는 2일 "과열 자체로 불이 났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 지금 없다"라며 "다 퇴근하고 3층에 사람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기에 공장 관계자들이 몇 시에, 건물에서 빠져나왔는지부터 폐쇄회로(CCTV) 영상으로 확인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환기팬 가동 자체도 현장 감식에서 확인해야 할 사안"이라며 "관계자들 진술만으로는 화재 원인을 단정할 수 없으며, 다각도로 발화 원인을 들여다보기 위해 수사 중"이라고 전했다. 당초 감정평가액은 49억1천858만원에서 시작했으나 유찰을 거듭해 오는 13일 최저 매각 가격 34억4천300만원에 다시 경매에 오른다. 매각 결정 기일은 오는 2월 20일이었다.

화재는 지난달 1월 31일 오후 7시 47분께 경북 문경시 신기동 신기산업단지 한 육가공공장에서 발생했다. 화재로 인명 검색을 위해 3층에 투입됐던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소속 김수광(27) 소방교와 박수훈(35) 소방사 영결식이 3일 경북도청장으로 엄수됐다. 영결식에는 유족과 동료,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유가족은 운구행렬 내내 두 소방관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다. 고인이 몸담았던 문경소방서 119 구조구급대 동료들도 눈물을 흘리며 아픔을 삼켰다. 시민들도 영결식장을 찾아 두 소방관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애도했다.

소방관 2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북 문경의 육가공 공장 화재는 공장 내·외벽이 모두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져 화재를 더 크게 키웠다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한국화재폭발조사협회 김광선 회장은 "해당 공장의 건축물이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로 이뤄진 구조인 만큼 패널내부로 확산되면서 화재를 더 키웠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샌드위치 패널은 철판 사이에 채워진 스티로폼이 쉽게 불이 붙어 연소가 급격하게 되는 성질이 있다"며 "소방 당국이 뿌린 물이 철판 안으로 쉽게 침투되지 않아 진압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샌드위치 패널은 공사 비용이 저렴하고 시공이 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화재에 취약하고 유독 가스를 다량 발생해서 화재진압 도중에 붕괴되는 현상이 반드시 발생한다. "고 위험성에 대하여 말했다.

지난달 22일 충남 서천군 서천수산물특화시장에서도 샌드위치 패널 구조로 인해 큰 불이 났다. 당시 화재 역시 일부 건물 외벽이 샌드위치 패널 구조로 돼 불이 급속도로 확대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같이 샌드위치 패널 건물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소방청 통계(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2023년 3년간 샌드위치 패널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9457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53명이 숨지고 526명이 다쳤다. 재산피해도 건당 9035만원으로 총 8544억여원에 이른다.

경북도소방본부는 이날 오전부터 문경 신기동 신기제2일산업단지의 한 육가공 공장 화재 현장에 대한 합동감식을 벌이고 있다. 감식에는 경북도소방본부, 경북경찰청을 비롯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북도소방본부 전기안전공사, 노동청 등 소속 30여명이 참여했다. 합동 감식은 기관별로 순차 진행했다.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가 지난달 31일 오후 7시 47분께 공장 내부 3층 튀김 기계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북도소방본부 합동조사단은 화재 원인을 규명하고 발화 지점, 순직 소방관 사고경위 등을 파악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조사단은 발화지점 인근에 식용유 180통이 있었다는 진술을 검증하는 한편,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 구조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중이다.

합동조사단에서는 "샌드위치 패널 건물이 화재 피해를 키운 원인이 될 수 있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날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는 경북 문경에서 발생한 화재로 소방관 2명이 순직하면서 실질적인 안전시스템 구축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소방 노조는 잇따른 소방관들의 순직에 대해 성명을 내고 "소방청장과 소방지휘부는 연속되는 순직에 대해 실질적인 안전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다"며 "소방예산의 안정적 확보, 소방청의 형식적인 각종 소방기술경연대회 폐지하고, 실화재에 적응할 수 있는 실질적 훈련 전환, 외부 전문 진상조사단을 통한 순직 사고 진상조사를 요구한다"고 강력하게 소방청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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